[나를 위한 요리]는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주인공 규민의 현실에 대한 불안과, 요리라는 취미를 통해 그 불안을 다독이는 치유의 시간을 섬세하게 그려낸 애니메이션 연작이다.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작품의 이야기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퇴근길에 오른 규민의 불안에서 시작된다. 규민이 버스 안에서 SNS를 통해 인턴 또는 취직자리를 구한 친구들의 소식을 접하는 동안 그 발아래로 점점 물이 차오르고, 이내 규민의 몸 전체가 물에 잠기는 이미지는 불안에 잠식되는 인물의 심리를 애니메이션다운 상상력으로 드러낸다. 규민의 속마음을 전해주는 독백체의 내레이션에 따르면 “망망대해”처럼 퍼지는 불안, 거기서 빠져나오는 그녀 나름의 치유법은 바로 ‘나를 위한 요리’를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규민이 요리를 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을 담아낸다. 규민은 ‘좋아하는 작품 속 음식’을 만들면서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고, 식재료를 “썰다 보면 불안들도 잘게 잘린다”며 속내를 들려준다. 토마토와 파를 썰고 냄비에 버터를 둘러 볶는 등 꽤 세세하게 묘사되는 요리의 과정은, 컷은 물론 와이프, 디졸브, 모핑(메타모포시스) 등 다채로운 기법을 활용한 장면 연출로 아기자기한 시각적 재미를 선사한다. 요리 과정 사이에 삽입된 교수님과의 진로 상담 장면은 실사 영화 속 회상 장면처럼 색을 최소화한 모노톤에 가깝게 표현돼 있는 한편, 자신만 제자리걸음인 것 같다는 규민의 고민을 대화 형식으로 전하며 다양한 구성을 위한 연출자의 노력을 엿보게 한다.
마지막인 세 번째 에피소드는 규민이 나름의 힐링, 치유의 과정을 마무리하는 단계를 보여준다. 완성된 요리의 사진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리며, 규민은 우울해서 요리했다고 쓰던 글귀를 지우고 ‘오늘도 행복’을 적어 넣는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뒤처지는 게 두려워 질주하려는 마음을 드러내는 자동차 경주 이미지로 시작된 에피소드는 “현재의 나에게 집중” 하자는 규민의 다짐으로 마무리된다.
자신을 위한 요리란 스스로를 돌보는 정성과 노동의 일환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위한 요리]는 사회 속에서 제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고민하는 청춘의 불안한 속내를 진솔하게 드러내며, 자신을 돌보고 또 돌아보는 요리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게 위안을 건네는 치유의 시간을 세심하게 담아낸다. 실제 일상보다 그럴듯하게 포장된 이미지가 넘쳐나는 SNS 상의 소통 문화와, 그에 따른 비교와 불안에 흔들리지 않고 나름의 돌파구를 찾아가려는 인물의 모습 또한 공감을 자아낸다. 색의 농담이 다채롭게 표현된 수채화 풍의 그림체로 디테일을 잘 살린 이미지와 사색적인 일기 같은 대사가 매력적으로 어울린 작품으로, 유튜브 채널 ‘책끝을 접다’에서 [괴물 장미], [죽음을 보는 재능] 등의 일러스트를 맡았던 이혜리 감독이 연출했다.
황혜림 (서울국제음식영화제 프로그래머)
[작품 정보]
- 작품명 : 나를 위한 요리
- 감독 : 이혜리
- 시놉시스 :
규민이는 알바 후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불안함과 좌절감을 느끼게 되고, 이러한 감정들을 끊어내기 위해 자신의 취미인 요리를 시작합니다.
- 기획의도 :
우리는 SNS와 쉽게 떨어질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이 되어버렸고, 우리는 그 내용이 때론 가공되어 있음을 알아도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비교하게 됩니다. 이미 삶 깊숙이 들어와 있는 소통의 창구를 한 번에 끊어내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이제는 그것이 답이 아닐 수도 있고요. 그러니 잠시라도 환기해 자신을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넘쳐나는 이미지 속에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법. 그 돌파구가 규민이에게는 요리입니다. 영상을 보시면서 자신의 돌파구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작품 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