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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게시판
  등록일 : 2021-12-21 | 조회 : 906 | 추천 : 0 [전체 : 27 건] [현재 1 / 1 쪽]
이름
KIAFA
제목
[오늘의 수] 리뷰



‘지친 일상에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전달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인간의 상상력을 이미지 언어로 가장 잘 풀어놓을 수 있는 영상 형식은 애니메이션이다. 실사 영화와는 달리 표현에 제한없이, 심지어 이야기에 맞는 표현 형식으로 이미지를 마법과 같이 풀어놓을 수 있던 방법이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흔히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인간이 현재 경험하지 못하는 세계를 거대한 상상력으로 유려하게 구현하거나 신화적인 소재로 인류 기원과 현재를 이미지로 연결해주길 기대했다. 최근 만화를 거쳐 웹툰의 대중화 이후에는 과장된 설정 속에서 인간사를 반추하고 풍자하는 이야기들이 주목을 받았고 과격한 표현과 콘텐츠를 요구하는 시류 속에서 다양한 형식의 애니메이션으로 산업화되었다. 지난 몇년 간 자극적인 콘텐츠의 대중화에 지친 일부 관객들은 가장 사소하고 평범한 감정을 표현하는 이야기를 오히려 찾아다니기도 한다. 그렇기에 애니메이션에서 새로운 상상력이란 우리가 가보지 못한 세계를 아름답고 멋지게 구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정서를 이미지라는 물질로 표현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삶에서 미약하게 빛나는 한 순간의 정서, 언어화 되지 않아 눈에 보이지 않는 그 감정을 이미지로 표현하기 위해 타인이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오늘의 수]는 감독이 느끼는 ‘사소한 감정'이 실마리가 되어 삶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상기시킨다는 지점에서, 또 관객에게 그 사소한 정서가 삶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에너지라는 것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십대의 고민과 일상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것은 단순히 작품의 독특함을 위해 입체감을 주고 재료의 질감을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를 취하지 않았고, 모든 것이 기계화 되고 빨라지는 시대에 오히려 손을 움직여 직접 재료를 만들고 느리지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한 세계를 정성껏 구축했다는 지점에서 스톱모션을 선택한 감독의 의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오늘의 수]는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원룸에서 살고 있는 대학생 수의 평범한 일상을 그린다. 지금 20대가 삶에서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따뜻한 재질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해 좌절이나 도전 또한 지속되는 삶의 요소라는 감독의 긍정적인 자세가 느껴지는 작업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이 애니의 주요 공간이 되는 원룸으로 주인공 수가 들어오며 시작된다. 오프닝에서 우연히 만난 비로 인해 계획하지 않았던 우산을 사서 집에 돌아온다는 설정은 여러모로 이 애니메이션의 시작으로 가장 훌륭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1)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간다는 설정. 관객이 주인공과 함께 이 애니메이션의 공간으로 빠져들어가는 동선을 자연스럽게 구축한다. 관객에게 공간과 주인공을 효과적으로 소개하고 공간 속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하는 기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2) 비 와 우산이라는 소재. 화면을 가득 채우는 빗소리는 공간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머리와 얼굴에 묻은 물방울과 같은 섬세한 작업은 인물의 감각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이러한 재료의 디테일과 연출방식은 하루가 끝난 후의 주인공이 느끼는 피로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당황스러움을 사운드와 재료의 디테일로 전달하고 있다. 특히, ‘예상치 못한 비’라는 설정은 하루 종일 작업한 결과물이 우연히 날아간 당황스러움으로 연결되며 예측 못하는 삶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을 드러낸다.

이야기가 진전되며 새로운 소재로 등장한 ‘김치전'은 한국인에게는 흔한 음식임에도 주인공에게 개인적인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기운을 북돋아주는 특별한 상징으로 등장한다. 이는 평범한 일상을 기본으로 하는 이 애니메이션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데에도 효과적인 소재이다. ‘흔한 것에 새로운 의미와 기억을 부여할 수 있다'는 창의적 접근으로 주인공이 음식으로 위로 받고 힘을 얻는 것이 실은 삶의 소중한 추억에 의해서 라는 것을 잘 전달하고 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어느 주말 정체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다 우연히 친구들과 온라인 모임을 통해 활력을 얻는 수의 모습을 그렸다. 작은 공간이지만 청소를 하며 마음을 정돈하기 위해 노력하고, 혼자 있는 공간이지만 온라인으로 친구들과 연결되어 별것 아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인간은 결국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존재라는 것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버추얼 플랫폼에 대한 고민 없는 이미지가 난무하는 상황에도 그것이 가진 긍정적이고도 핵심적인 기능에 대해 정제된 시선으로 묘사하는 방식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건강을 위해 요가를 시작한 주인공 수의 모습을 다룬다. 특히 요가 동작을 하는데 있어 ‘버티는 것'과 ‘반복하는 행동’이 삶의 태도로 치환되는 순간이 인상적이다. 나지막한 수의 나레이션은 요가라는 소재를 통해 주인공이 삶을 대하는 자세, 반복되는 인생에서 버티는 것이 우리의 시간을 늘린 것처럼 길더라도 가능한 만큼 행동하며 살아보겠다는 자신의 철학으로 이 에피소드의 메시지를 확장시킨다. 작은 실천을 통해 드러나는 삶의 태도가 수의 인생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문성경(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작품 정보]

- 작품명: 오늘의 수

- 감독: 박주형

- 시놉시스:

수는 가끔은 지치기도 하고, 어떤 때는 활기차다. 걱정이 많은 대학생 수의 평범한 일상 이야기.

- 기획의도:

수의 일상을 통해 청년세대의 삶을 공감하고 응원합니다.

- 작품 링크: 

1화 https://youtu.be/68CKjyqqFsc

2화 https://youtu.be/w9uYAxFk2vM

3화 https://youtu.be/huzWsA6W7MY


KIAFA님이 2021-12-21 오전 10:34:00 에 작성하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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