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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게시판
  등록일 : 2021-12-21 | 조회 : 921 | 추천 : 0 [전체 : 27 건] [현재 1 / 1 쪽]
이름
KIAFA
제목
[부엉이 심포니] 리뷰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 중에 [홍길동]을 만드셨던 故 신동헌 감독님께서 연출하신 [아기공룡 둘리, 1987]의 특별 에피소드가 있다. 둘리가 우연히 지나게 되는 정글 속에서 고릴라, 하마, 원숭이, 기린 등이 모여 주변 자연을 도구 삼아 연주를 하는 ‘동물 음악회’ 편이다.
신동헌 감독님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클래식 음악 전문가 중 한 분이셨고 기실 [홍길동]을 제작하기 이전부터 연출했던 [진로 소주]와 같은 수많은 CF 애니메이션들을 음악에 기초해 완성하여 각광을 받은 바 있다. 
[아기공룡 둘리]의 동물 음악회 편이 어린 시절 필자의 기억에 선명히 각인된 것도 음악을 단순히 BGM의 개념이 아닌 내러티브로 활용하여 애니메이션의 뼈대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후로 한국의 주류 애니메이션에서 이러한 접근을 시도한 사례들이 제대로 명맥을 잇지 못한 것은 애석한 부분이지만, 독립 애니메이션 권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음악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그래서 더 반가울 때가 있다.

마치 [월-E]처럼 쓰레기 때문에 인류가 모두 지구를 떠나버려 갑자기 동물들이 텅 빈 지구의 지배종(?)이 된다는 [부엉이 심포니]의 오프닝은 도무지 음악이라는 주제와는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동물원의 동물들은 인간이 사라진 지구에 남겨져 야생성을 잃고 무력하게 쓰레기더미를 뒤지며 살아가고 있다. 주인공 부엉이는 자신을 가두던 인간의 둥지를 탈출하여 짧은 자유를 만끽한다. 그러나 다른 동물과 어울리지 못하고 이내 인간이 남긴 폐허로 추락하고 만다. 
부엉이는 그곳에서 인간의 문명을 상징하는 심포니를 연주하는 동물 인형을 발견하여 영감을 얻는다. 피리를 불기 시작하는 부엉이의 소리에 이끌린 야생성을 잃은 동물들이 모여들고, 각자의 악기를 들고 연주를 시도하면서 작품은 자연스럽게 음악이라는 좌표를 찾아간다.
하지만 부엉이의 진심이 공연장을 찾은 동물 관객에게 전달되진 못하였고, 설상가상 본인이 불던 피리마저 조각나고 만다. 절망하던 부엉이는 내재되었던 본연의 울음소리를 떠올렸고, 그 울음소리를 들은 공연장을 떠나려던 동물들의 발걸음을 되돌리는 데에 성공한다. 그렇게 부엉이의 심포니는 성공적으로 이뤄진다.



적절히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의 디자인과 성격을 드러내는 움직임은 애니메이션이 가진 매체 본연의 매력과 즐거움을 잘 살렸다. 북극곰이 사이다를 선택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마시는 장면이라던가, 캥거루가 드럼을 다루는 방식, 면도를 하는 사자의 모습 또한 고정관념을 살짝 뒤틀어 의외성을 유발하고 나아가 유머로 이어진다. 작품 전반에 이런 코드들이 산재되어 있어 하나씩 찾아내는 재미도 느껴진다.
다만 캐릭터들의 세세한 묘사에 비해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남는다. 야생으로의 회귀? 인간 문명으로부터의 해방?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어떤 주제를 나타내고자 하는지 통일되어 있지 않았고 불분명하다. 
가령 피리를 잃은 부엉이가 본연의 울음소리를 되찾아 동물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스토리텔링을 사용했다면, 이 심포니에 참여한 다른 동물들 역시 같은 변화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본래 심포니 연주라는 것이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 개개의 개성이 수백, 수천 번의 연습을 통해 앙상블을 만들어 내듯이 [부엉이 심포니]는 이제 시작된 것이고, 감독이 과거에 보여주었던 독창적인 세계관들과 언젠가 협연할 수 있다면 공연장은 다시 만석을 이룰 것이라 기대해 본다.

송락현(애니메이션 프로듀서)


[작품 정보]

- 작품명: 부엉이 심포니

- 감독: 김성민

- 시놉시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인류는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지구에 남겨진 어느 동물원의 동물들은 인간들의 보살핌이 없어진 채 자기 주체성을 잃게 되었다. 이 동물원 속에서는 다른 동물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부엉이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에게 어느 날 다른 동물들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진다.

- 기획의도:

이번에 기획한 '부엉이 심포니'의 이야기는 여태까지 만들어온 작품들과 매우 다른 분위기와 형식을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엉이를 좋아해서 '언젠가는 부엉이가 주인공인 작품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 작은 소원이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 자가격리를 하면서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데 어려워진 분들도 계셨을 텐데, 그런 의미로 사회적으로 절단된 부엉이 캐릭터와 그가 저지르는 어색한 행동들이 공감이 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작품 링크: 

1화 https://youtu.be/SdZAXMK5Xxk

2화 https://youtu.be/hcKScaNbDSA

3화 https://youtu.be/7BNTSYGBaqA



KIAFA님이 2021-12-21 오전 10:51:00 에 작성하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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