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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게시판
  등록일 : 2021-12-21 | 조회 : 952 | 추천 : 0 [전체 : 27 건] [현재 1 / 1 쪽]
이름
KIAFA
제목
[토모토모] 리뷰



음악을 무엇으로 듣나. 레코드 플레이어, 카세트 플레이어는 물론 CD플레이어와 디지털 음원을 담은 MP3 플레이어, 아이팟도 지나간 유행이고 대세는 스마트폰에 깔린 각종 플랫폼의 앱으로 제공되는 스트리밍이다.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과 뮤직비디오도 TV 대신 인터넷에서 찾아본다. 오래된 음악도 새로운 음악도 유튜브에 있다. 공부할 때 듣는 음악, 카페 음악, 드라이브 음악 때맞춰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선택할 수도 있고 취향에 맞춰 AI가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따라갈 수도 있다. 음악은 무엇을 하나. 광대한 음악의 우주에서도 유독 와 닿는 것이 있다. ‘잘 지내? 이 음악을 들으니 네 생각이 났어.’ 디지털 링크로 서로의 안부를 공유한다.

3분 25초짜리 뮤직비디오 [토모토모]는 첫 음계가 연주되고 첫 단어가 발성되는 동시에 둥글게 떨어지는 빛을 보여준다. 푸르스름한 밤, 먼 하늘에서 환한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는 별똥별이다. 때마침 밖에 있던 친구가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은 친구들은 각자의 창가에서 같은 광경을 바라본다. 별이 땅에 닿자 통화가 끝난다. 컴퓨터를 끄고, 서둘러 외투를 입고 밖으로 나온다. 시동을 걸고 바이크가 출발하자 새 한 마리가 그 뒤를 따라 날아오른다. 제목이 뜨고 밤의 드라이브가 시작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은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것처럼도 보인다. 바이크가 텅 빈 도로를 빠르게 달려 숲을 스치는 동안 새를 닮은 비행체들이 나란히 날아가다 풍경이 뻥 뚫린 하늘과 바다로 바뀌자 거대한 가오리와 교대한다. 낮과 밤이 뒤섞인 이 끝없는 공간은 함께 달린다는 환희로 가득하다. 거대한 불꽃은 하늘도 바다도 물들인다. 충동적이고 신나는 드라이브의 주인공은 짧은 머리의 인간과 뾰족한 부리를 가진 새 머리, 검은 개의 머리를 가진 캐릭터다. 외양 만으로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다. 치마는 대다수에게 성별을 알려주는 기호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패션일 뿐이다. 새 얼굴의 친구와 개 얼굴의 친구가 인간인지 비인간인지도 말할 수 없다. 성격이 아주 다른 친구일 수도 있고 국적이나 종족이 다를 수도 있다. 외계인일지도 모른다. 친구들과 함께 달린 종이비행기와 종이학을 떠올리면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도 없다. 종이비행기의 날갯짓은 새의 그것과도 뒤이은 가오리의 퍼덕임과도 비슷하다. [토모토모]의 세계에서 우정은 모든 것을 품는다.



캐릭터와 배경을 이루는 유연한 선의 흐름도 멋지지만, 움직임도 매우 자연스럽다. 과감하고 특이한 움직임보다 일상적인 움직임 쪽이 구현하기 까다롭다. 매일 보던 거라 조금이라도 어색하면 바로 이상하다고 느껴버리기 때문이다. [토모토모]의 도입부, 밤하늘을 날아오르는 새의 날갯짓, 맞바람에 펄럭이는 옷깃의 움직임에서 관찰과 연습의 시간을 짐작한다. 성실한 애정이 필요한 과정이다. 에러 메시지가 뜬 컴퓨터 화면에서 좀처럼 일이 풀리지 않는 친구의 하루를 암시하고, 입김이 나오는 계절의 온도와 빠르게 지나치는 가로등 빛의 잔상까지 포착하는 섬세함도 마찬가지.

[토모토모]는 2020년 10월 뮤지션 윤지영이 발표한 앨범 Blue bird의 마지막 트랙에 놓인 동명의 곡을 위해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울고 있는 친구를 괜한 말로 위로하는 대신 눈물이 그칠 때까지 같이 걸어주겠다는 가사에서 작품의 키워드가 나왔다. 세 친구의 바이크가 도착한 땅끝에 떨어져 있는 건 초라하게 찌그러진 인공위성이다. 실망한 표정을 보여주는 것은 잠시 뿐. 금방 친구들과 온 세상을 비추는 찬란한 태양이 떠오른다. 세 친구와 나뭇가지 위에 앉은 세 마리 새들이 모두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본다. 파도소리가 들리고 여전히 바람이 불지만 온기가 느껴진다. 진짜 보물은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라고 힘들 땐 곁에 있겠노라고, 노래를 만든 이의 바통을 이어받아 애니메이터는 따스한 위로를 완성했다.

이경화(인디애니페스트 아시아 프로그래머)


[작품 정보]

- 작품명: 토모토모

- 감독: 유지연

- 노래: 윤지영

- 시놉시스:

별똥별이 떨어지는 날. 약속한 듯이 서로 연락한 세 친구들. 그들은 자신의 바이크를 타고 부푼 마음과 함께 별똥별의 실체를 찾는 여정을 떠난다. 별똥별이 떨어진 곳에 도착해보니, 별똥별이었던 차가운 인공위성뿐이었다. 실망한 친구들이었지만. 그럼에도 태양은 뜨고 그들의 마음속엔 여행의 여운이 흘러넘쳤다.

- 기획의도:

막막한 현실에서 별똥별을 쫓는 수많은 나의 친구들에게. ‘너는 혼자가 아니야. 그럼에도 우리가 같이 한다면 괜찮아.’ 라는 아이러니한 위로를 보내고 싶었다.

- 작품 링크: https://youtu.be/_s7lodnitng



KIAFA님이 2021-12-21 오전 11:01:00 에 작성하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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